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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리뷰 - 침묵을 깨뜨린 한 마리의 비상

[꿩] 침묵을 깨뜨린 한 마리의 비상-은 머슴 아들의 아픔과 차별을 그린 동화로, 꿩의 비상을 통해 자존감과 용기를 되찾는 한 소년의 성장을 따뜻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1. 차별을 딛고 날아오른 소년, ‘용이’

이오덕 작가의 『꿩』은 단순한 어린이 동화가 아닙니다. 머슴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차별과 놀림을 당하던 한 소년이 꿩의 비상을 통해 ‘진짜 나’를 찾는 성장 서사입니다. 배경은 1960~70년대의 농촌. 신분제도의 잔재가 남아있고, 남녀차별과 같은 사회적 부조리도 공기처럼 존재하던 시절입니다. 그런 현실 속에서 용이는 매일 아이들의 책보를 들고 산을 오르는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꿩이 날아오르는 순간을 보고 그는 깨닫습니다. 누군가에게 짓눌려 있던 자신도 날 수 있다는 것을요. 이 책은 그런 ‘한 번의 깨달음’이 얼마나 커다란 용기를 불러올 수 있는지를 조용하지만 강하게 보여줍니다. 차별, 억압, 그리고 자존감이라는 키워드를 아이의 시선으로 풀어낸 이 작품은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2. 꿩이 날던 순간, 용이는 ‘사람’이 되었다

줄거리는 간단하지만, 메시지는 깊습니다. 용이는 아버지가 머슴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의 책보퉁이를 매고 학교에 갑니다. 당연하게 여겨지던 그 굴레 속에서 용이는 단 한 번도 의심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어느 날, 돌멩이를 던진 계곡 아래서 꿩이 푸드득 날아오르는 장면을 마주합니다. 그 순간 용이는 알 수 없는 해방감을 느끼며 친구들의 책보퉁이를 하나둘씩 계곡으로 던져버립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반항이 아닌, 존재의 선언입니다. "나도 너희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다!"라는 외침이 행동으로 드러난 것이죠. 작가는 이 장면을 통해 ‘사회가 규정한 자리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인정할 때 비로소 삶이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독자는 꿩의 날갯짓을 통해 용이의 마음속 변화뿐 아니라, 우리 자신 안에 존재하는 부당함에 대한 침묵도 돌아보게 됩니다. 단 한 순간의 울림으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는 그런 경험을 안겨줍니다.

3. 작가 이오덕이 말하고 싶었던 것

이오덕 작가는 평생 아동 문학을 통해 아이들의 삶과 언어를 정직하게 담고자 했습니다. 『꿩』도 그 철학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작가는 ‘어린 시절의 억압’이 얼마나 깊은 상처가 되는지를 보여줍니다. 동시에, 그 상처를 이겨낸 아이가 얼마나 단단해질 수 있는지도 말이죠. 책 속에서 꿩은 단순한 동물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유의 상징이고, 용기의 알레고리이며, 무력감 속에서도 ‘변화는 가능하다’는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이오덕은 우리가 흔히 지나치는 평범한 장면들 속에서 ‘사람답게 산다는 것’의 본질을 포착합니다. 차별받는 아이, 침묵하던 아이가 결국 말하고 행동하는 존재로 변화하는 이 여정을 통해, 작가는 우리 모두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당신 자신을 지켜내고 있느냐고요.

4. 꿩처럼, 나도 날 수 있을까?

『꿩』은 누군가의 책보퉁이를 들어주는 일이 ‘착한 일’이 아니라, 구조적인 차별의 결과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줍니다. 이 작품은 아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깊은 생각을 남깁니다. 지금 누군가의 삶은 ‘계곡 아래로 던지고 싶은 책보퉁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순간,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르는 꿩처럼 우리도 자유롭게 변화할 수 있습니다. 불공평한 세상 속에서 용기는 작고 사소한 결심에서 비롯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꿩』은, 단 한 번의 감정이 한 사람의 세계를 바꾼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자존감의 씨앗이 되고, 어른에게는 공감과 성찰의 계기를 주는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